
3월 말쯤이었나보다. 뒷산 자락에 두릅 좀 심어보겠다고 삽 들고 나갔는데 땅이 아직 꽁꽁 얼어있더라. 성급하게 심으면 뿌리가 자리를 못 잡고 그대로 고사하기 십상이다.
솔직히 두릅만큼 봄에 입맛 돋우는 게 또 있을까 싶다. 그 쌉싸름한 향을 잊지 못해서 다들 마당 한구석이나 밭둑에 두릅나무 몇 그루씩은 꼭 심으려 한다. 근데 이게 참 묘한 게, 남들 심을 때 따라 심으면 늦는 경우가 많다.
나도 처음엔 시행착오가 꽤 많았다. 그냥 흙 파고 묻으면 알아서 잘 자랄 줄 알았거든. 근데 아니었다. 식물도 제 때가 있고, 그 타이밍을 놓치면 1년을 꼬박 기다려야 한다. 이번에는 내가 직접 몸으로 겪으며 배운 진짜배기 시기와 방법을 공유해보려 한다.
봄에 심을까 가을에 심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봄 심기가 대세다. 하지만 무조건 봄이라고 다 좋은 건 아니다. 땅속 온도가 어느 정도 올라와야 뿌리가 활동을 시작한다. 보통 해토(解土)가 되고 나서 바로 심는 게 제일 좋다.
해토 직후가 골든타임이다

나무가 싹을 틔우기 전, 그러니까 휴면기 상태일 때 옮겨 심어야 몸살을 덜 앓는다.
눈이 트기 전에 심는 게 핵심이다. 싹이 이미 나와버린 상태에서 심으면 뿌리가 물을 못 끌어올려 잎이 타버리는 현상이 생긴다.
개인적으로는 3월 중순에서 4월 초 사이를 추천한다. 이때가 전국적으로 가장 많이 심는 시기이기도 하다. 비가 한두 번 오고 나서 땅이 촉촉해졌을 때 삽질하면 힘도 덜 들고 나무도 좋아하더라.
묘목을 샀는데 바로 못 심는 상황이라면? 그냥 방치하지 말고 그늘진 곳에 가식(임시로 심기)해둬야 한다. 뿌리가 마르면 그 나무는 끝난 거나 다름없거든.
지역마다 날씨가 다른데 언제 심지?
우리나라는 남북으로 길어서 남부지방이랑 강원도 날씨가 천지 차이다. 서울 기준으로 날짜 잡았다가 남쪽 동생네 가보니 이미 꽃이 다 폈더라고. 그래서 내 지역 온도를 잘 봐야 한다.

| 지역구분 | 권장 식재 시기 | 참고사항 |
|---|---|---|
| 남부지방 | 2월 하순 ~ 3월 초순 | 기온이 빨리 올라가므로 서둘러야 함 |
| 중부지방 | 3월 중순 ~ 3월 하순 | 가장 표준적인 시기 |
| 강원/경기북부 | 3월 말 ~ 4월 초순 | 늦서리 조심, 땅 녹는 것 확인 필수 |
근데 요즘은 이상기온 때문인지 예전이랑 좀 다르다. 작년엔 3월 초부터 낮 기온이 확 올라가서 당황했다. 그래서 달력보다는 땅의 상태를 보고 결정하는 게 훨씬 정확하다.

어떤 묘목을 골라야 후회가 없을까
시장에 나가면 묘목들이 수북이 쌓여있다. 그중에 그냥 아무거나 집어오면 안 된다. 나도 처음엔 뭣 모르고 키 큰 놈이 좋은 줄 알고 샀는데, 알고 보니 뿌리가 부실해서 금방 죽더라.
튼튼한 두릅 묘목의 기준

묘목은 키보다 굵기다.

연필 굵기 정도 되는 놈이 제일 무난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뿌리다. 잔뿌리가 많고 싱싱한지 꼭 확인해야 한다. 뿌리가 검게 변했거나 냄새가 나면 이미 상한 거다.

내가 겪은 최악의 실수
2년 전 봄, 인터넷으로 싸게 파는 묘목 50주를 주문했다. 도착했는데 뿌리가 다 말라비틀어져 있더라.
설마 살겠지 싶어 정성껏 심고 물도 줬는데, 결과는 처참했다. 50그루 중에 딱 3그루 살았다. 그때 깨달았다. 묘목값 아끼려다 내 노동력과 시간을 다 날린다는 걸.
결국 나무는 좋은 놈으로, 제값 주고 사야 한다. 그래야 이듬해에 맛있는 두릅을 따 먹을 수 있다.
심는 법도 기술이다
심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지만, 몇 가지 놓치면 안 되는 포인트가 있다. 특히 배수가 안 되는 땅에 심으면 두릅은 100% 죽는다. '두릅은 물을 싫어한다'는 말, 이거 농담 아니다.
- 구덩이는 넉넉하게: 뿌리가 사방으로 잘 뻗게 구덩이를 좀 크게 파준다. 좁은 데 억지로 집어넣으면 뿌리가 꼬여서 성장이 더디다.

- 심는 깊이 조절: 너무 깊게 심지 마라. 원래 심겨 있던 깊이보다 살짝만 더 깊게 흙을 덮어주면 충분하다.
- 물 주기는 필수: 심고 나서 흙을 덮고 물을 흠뻑 줘야 한다. 그래야 흙과 뿌리 사이의 공기가 빠져나가서 뿌리가 흙에 딱 달라붙는다.

- 배수 확인: 물이 고이는 자리라면 두둑을 높게 만들어서 심어야 한다. 습한 걸 정말 못 견디는 녀석이니까.

심을 때 비료를 구덩이에 직접 넣지 마라. 뿌리에 직접 닿으면 가스 때문에 뿌리가 다 녹아버린다. 비료는 나무가 자리를 잡고 난 뒤에 위에 뿌려주는 거다.

핵심 요약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딱 네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이것만 지켜도 두릅 농사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
- 최적기: 땅이 녹고 싹이 트기 전인 3월 중순에서 4월 초순 사이.
- 묘목 선택: 키보다는 굵기, 그리고 잔뿌리가 많고 싱싱한 것으로 골라라.
- 배수 강조: 배수 안 되는 땅은 두둑을 높여라. 물 고이면 무조건 죽는다.
- 식재 주의: 심을 때 뿌리에 직접 비료 닿게 하지 마라. 가스 피해는 답도 없다.
두릅나무 심기 한눈에 정리
4월에 심는 밭작물
4월에 어떤 작물을 심어야 할지 고민이신가요? 본격적인 농사가 시작되는 4월은 기온이 안정되면서 가장 다양한 작물을 파종할 수 있는 황금기입니다. 이 글을 통해 시기별로 적합한 밭작물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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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막상 해보면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이 작은 차이가 내년 봄 밥상을 바꾼다. 나도 처음엔 귀찮아서 대충 심었다가 나무가 다 죽어서 뽑아낼 때 그 허탈함을 아직도 기억한다.
지금 딱 준비하기 좋은 때다. 삽 한 자루 들고 나가서 땅 한번 찔러보자. 땅이 부드럽게 들어간다면 그게 바로 신호다. 나무는 배신하지 않더라. 우리가 정성 들인 만큼 딱 그만큼만 돌려준다.
결국 직접 해보는 수밖에 없다. 그래야 진짜 내 것이 된다. 그게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