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
울긋불긋하던 단풍잎이 하나둘 떨어지고 아침 기온이 한 자릿수로 내려가면 비로소 겨울이 성큼 다가왔음을 체감하게 됩니다. 매년 11월 초순이 되면 뉴스나 일기예보에서 오늘이 겨울의 시작인 입동이라는 소식을 전하곤 하는데요. 일상에서 자주 듣는 친숙한 단어이지만, 막상 입동 뜻이 정확히 무엇인지, 또 어떤 기준에 따라 날짜가 정해지는지 물어보면 선뜻 설명하기가 헷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계절의 미세한 변화를 스물네 개의 마디로 나누어 농사 일정과 겨울나기 준비의 이정표로 삼았습니다. 이 글에서는 겨울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입동의 어원과 천문학적 배경을 살펴보고, 추운 겨울을 든든하게 맞이하기 위해 전해 내려온 전통 풍습과 제철 음식 정보를 차례대로 알아보겠습니다.
1. 입동 뜻과 한자 풀이 및 24절기에서의 위치

입동 뜻을 가장 직관적으로 이해하려면 한자 구성을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입동(立冬)은 설 립(立) 자와 겨울 동(冬) 자가 결합된 단어로, 글자 그대로 풀이하더라도 '겨울에 접어든다' 또는 '겨울이 본격적으로 일어선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봄을 여는 입춘(立春), 여름을 알리는 입하(立夏), 가을의 문턱인 입추(立秋)와 함께 사계절의 시작을 선언하는 '4립(四立)' 절기 가운데 마지막 주자에 해당해요.

24절기 전체의 순서로 보면 입동은 열아홉 번째 절기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며 가을을 마무리하는 열여덟 번째 절기인 '상강(霜降)'과 눈이 내리기 시작할 무렵을 뜻하는 스무 번째 절기인 '소설(小雪)'의 딱 중간 지점입니다. 즉, 가을의 마지막 흔적을 거두고 차가운 겨울 기운이 대지를 덮기 시작하는 계절적 전환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옛 절기 문헌에서는 입동 기간을 5일씩 삼후(한 절기인 15일을 5일씩 초후, 중후, 말후의 세 마디로 나누어 자연의 변화를 세밀하게 나타낸 기간 단위)로 나누어 계절의 징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첫 5일인 초후에는 물이 서서히 얼기 시작하고, 다음 5일인 중후에는 땅이 처음으로 얼어붙으며, 마지막 5일인 말후에는 들판의 풀과 나뭇잎이 마르고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이 땅속 깊은 곳으로 숨어든다고 보았습니다.

비록 현대 기상학에서 정의하는 한겨울 추위보다는 비교적 온화한 날씨가 이어질 때도 많지만, 전통 농경 사회에서는 이때부터 모든 야외 수확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월동 준비에 돌입하는 중요한 기준점이 되었습니다.
입동을 포함한 우리나라 24절기가 어떤 배경에서 탄생했는지와 일 년 스물네 개 절기의 전체 흐름이 궁금하시다면 아래 정리 글을 함께 확인해 보세요.
24절기의 유래와 시기
2. 입동 날짜 계산 원리와 해마다 시기가 달라지는 이유
많은 사람들이 설날이나 추석 같은 전통 명절을 떠올리며 24절기 역시 음력을 기준으로 정해진다고 오해하곤 합니다. 하지만 입동을 비롯한 24절기는 달의 모양 변화를 따르는 음력이 아니라, 지구가 태양의 둘레를 공전하는 위치에 따라 결정되는 철저한 태양력(양력) 기반의 역법입니다.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달의 위상보다 태양의 고도와 일조량, 기온 변화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훨씬 중요했기 때문이에요.

천문학적으로 입동은 태양이 하늘의 이동 경로인 황도 위를 지나면서 황경(태양이 하늘의 길인 황도를 따라 이동할 때 춘분점을 기준으로 측정한 각도)이 정확히 225도에 도달하는 순간을 가리킵니다.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360도를 15도 간격으로 스물네 번 쪼개어 절기를 나누었기 때문에, 매년 양력 달력에서 거의 일정한 시기에 입동이 찾아오게 됩니다.

통상적으로 입동은 매년 양력 11월 7일 또는 11월 8일 무렵에 해당합니다. 해마다 날짜가 하루 정도 오르내리는 이유는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공전하는 데 걸리는 실제 시간이 정확히 365일이 아니라 약 365.2422일이기 때문입니다. 이 0.2422일(약 6시간)의 자투리 시간과 4년마다 돌아오는 윤년 보정 주기에 따라 태양이 황경 225도를 통과하는 정확한 시각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이죠. 겨울을 구성하는 여섯 가지 절기의 흐름과 시기를 표로 비교해 보면 입동의 위치를 더욱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 절기 명칭 (한자) | 양력 시기 (태양 황경) | 핵심 의미와 계절적 특징 |
|---|---|---|
| 입동 (立冬) | 11월 7일~8일경 (225도) | 겨울이 시작되는 날로 김장과 월동 준비를 본격화함 |
| 소설 (小雪) | 11월 22일~23일경 (240도) | 눈이 내리기 시작할 무렵을 뜻하며 땅이 얼기 시작하는 시기 |
| 대설 (大雪) | 12월 7일~8일경 (255도) | 눈이 많이 내린다는 뜻으로 겨울 추위가 깊어지는 시기 |
| 동지 (冬至) | 12월 21일~22일경 (270도) | 일 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한겨울의 중심 |
| 소한 (小寒) | 1월 5일~6일경 (285도) | 작은 추위라는 뜻이나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매서운 한파 시기 |
| 대한 (大寒) | 1월 20일~21일경 (300도) | 겨울의 마지막 절기로 큰 추위를 지나 봄(입춘)을 준비함 |
3. 입동에 즐기던 전통 세시풍속과 김장 문화의 유래
우리 조상들은 입동을 단순히 날씨가 추워지는 날로만 여기지 않고, 한 해의 추수를 무사히 마친 것에 감사하며 이웃 및 어르신들과 정을 나누는 뜻깊은 날로 보냈습니다. 지역과 마을마다 전해 내려오는 입동 무렵의 세시풍속(해마다 일정한 시기에 맞추어 관습적으로 되풀이하여 행하는 전통 생활 풍속)을 살펴보면 공동체의 온기와 생활 속 지혜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1) 어르신을 공경하던 치계미와 경로잔치 풍습

입동 무렵에 행해지던 가장 따뜻한 풍속으로는 치계미(雉鷄米)가 있습니다. 본래 치계미는 사또나 마을 수령에게 꿩고기와 닭고기, 쌀 등을 바치던 조선 시대의 관습에서 유래한 노인 공경 풍속인데요. 민간에서는 이를 본떠 입동이나 동지 무렵이 되면 마을 청년들이 십시일반으로 곡식과 음식을 모아 마을의 나이 드신 어르신들을 모시고 잔치를 열었습니다. 추운 겨울이 닥치기 전에 기력이 약해지기 쉬운 어르신들께 든든한 보양식을 대접하며 안부를 살피던 아름다운 경로효친 문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날씨와 풍흉을 예측하던 입동 보기와 가위보리 점

기상 관측 장비가 없던 시절에는 입동 날의 날씨를 살펴 그해 겨울 추위를 가늠해보곤 했습니다. 옛 속담에 "입동 날 날씨가 추우면 그해 겨울에 큰 추위가 찾아온다"라는 말이 전해지듯, 입동 당일의 기온과 바람을 보고 겨울철 땔감과 방한 준비의 강도를 조절했어요. 또한 농촌에서는 입동을 전후해 보리의 생육 상태를 보고 이듬해 농사를 점치는 입동 보기가 행해졌습니다. 충청도 등지에서는 "입동 전 가위보리"라 하여, 입동 전 보리 잎이 가위처럼 두 장 나면 풍년이 들 것으로 보았습니다. 한편 보리 뿌리가 세 갈래로 나면 풍년이라는 점은 주로 입춘 무렵의 보리뿌리 점과 연결됩니다.
3) 겨울 식량을 비축하는 입동 전후 전통 김장 문화

입동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대표적인 생활 풍속은 바로 김장 담그기입니다. 예로부터 "입동이 지나면 김장도 해야 한다"라는 속담이 전해질 만큼, 전통 사회에서는 입동을 한 해 김장을 시작하는 중요한 기준점으로 삼았습니다. 가을 햇살을 받고 속이 꽉 찬 배추와 무가 서리를 맞으며 당도가 높아지는 시기인 데다, 너무 일찍 담그면 날씨가 따뜻해 김치가 쉽게 시어버리고 반대로 한겨울 혹한이 찾아온 뒤에 담그면 채소가 얼어 제맛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처럼 예로부터 입동 전후가 김장의 전통적인 시기로 여겨졌으나, 최근에는 기온 상승과 지역별 기후 차이로 김장 적기가 11월 중순에서 12월 초·중순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입동이 다가오면서 올해 김장 준비를 계획하고 계신다면, 절임배추 한 박스(20kg)에 실제로 몇 포기가 들어가는지와 가구별 적정 구매량을 정리한 아래 글을 참고해 보세요.
절임배추 20kg 몇포기
4. 입동 무렵 챙겨 먹던 절기 음식과 초겨울 건강 관리법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입동 무렵에는 일교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체온 조절을 위해 우리 몸이 평소보다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됩니다. 그래서 조상들은 입동 날 가족들과 함께 영양가가 풍부한 절기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다가올 추위를 이겨낼 체력을 보충하곤 했습니다.
- 추어탕(미꾸라지탕): 가을걷이가 끝난 논도랑에서 살이 통통하게 오른 미꾸라지를 잡아 푹 끓여낸 추어탕은 입동 무렵의 대표적인 절기 보양식입니다. 단백질과 칼슘, 비타민이 풍부해 환절기 기력 회복과 원기 보충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 햇곡식 팥 시루떡과 고사 음식: 농가에서는 그해 새로 수확한 햅쌀과 붉은 팥으로 시루떡을 쪄서 집안의 평안을 비는 고사를 지내고, 외양간 기둥에 떡을 붙여 한 해 동안 농사일에 애쓴 소에게도 먹이며 감사의 마음을 표했습니다. 붉은 팥은 예로부터 벽사(요사스러운 귀신이나 나쁜 액운을 물리쳐 집안의 평안을 지키는 일)의 의미를 지녀 초겨울 액막이 음식으로도 널리 활용되었습니다.

- 무시래기와 햇배추 국: 김장을 하며 나온 싱싱한 배추 겉잎과 무청을 말린 시래기로 구수한 된장국을 끓여 먹는 것 또한 식이섬유와 비타민을 보충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지혜로운 식단입니다.

또한 입동 이후에는 차갑고 건조한 공기로 인해 호흡기 점막이 마르기 쉬우므로 실내 적정 습도(40~60%)를 유지하고 따뜻한 물이나 생강차, 도라지차 등을 수시로 마셔 수분을 채워주는 것이 좋습니다. 갑작스러운 아침 추위에 대비해 두꺼운 외투 하나만 입기보다는 얇은 옷을 여러 겹 겹쳐 입어 체온을 유연하게 유지하는 습관이 초겨울 건강 관리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5. 자주 묻는 질문

입동(立冬) 핵심 내용 한눈에 보기
지금까지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열아홉 번째 절기인 입동의 뜻과 한자 유래, 양력 날짜가 정해지는 원리부터 치계미와 가위보리 점, 김장 문화 같은 전통 풍습까지 자세하게 살펴보았습니다. 단순히 달력 속 작은 글씨로 지나치기보다, 계절이 바뀌는 길목에서 주변 어르신의 안부를 묻고 건강한 먹거리를 챙기던 옛 지혜를 일상에서 가볍게 실천해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부쩍 쌀쌀해진 날씨에 체온 관리 잘하시고 따뜻하고 든든한 초겨울 보내시길 바랍니다.
※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심하거나 지속될 경우 반드시 의료 전문가의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